3. 노년기의 정신건강
우리나라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는 2019년 기준 총인구 14.9%로 이 수치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2025년에는 전체 인구의 20.3%, 2067년에는 46.5%로 고령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평균수명 증가에 따른 노년 인구의 증가는 건강한 노년기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노년기의 정신건강과 정서적 안녕은 인생의 다른 시기만큼이나 중요하다. 최근 성공적인 노화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노년기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사회적, 심리적, 생물학적 다양한 요소들은 한 개인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람들에게 일상적인 생활 스트레스의 경험은 일반적이지만, 노인들은 노화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기능 저하 및 만성질환을 경험하고, 독립적 생활 능력의 감소로 인해 장기 요양 형태의 서비스를 요구하게 됨에 따라 스트레스에 더욱 취약하게 된다. 또한 퇴직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지위 하락, 배우자 및 가까운 친구의 죽음, 신체기능 저하로 인한 장애 등 다양한 부정적 생활사건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변화들은 노인들을 고립시키고, 외로움, 심리적 스트레스 등을 발생시켜 노인의 정신건강에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 실제로 전체 노인의 약 15%가량이 정신장애를 경험하고 있다.
최근 노인의 자살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연령대별 자살률 추이를 살펴보면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65세 이상 노인층의 자살률이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00년대 초반부터 가파르게 상승하여 2010년 인구 10만 명당 81.9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2011년부터 하락세를 보이며 2017년 기준 64.2명으로 보고되고 있다. 고령자의 연령대별 자살률을 살펴보면, 2018년 기준 60대의 자살률이 32.9명, 70대 48.9명, 80세 이상 69.8명 순으로 나타나 연령이 높아질수록 자살에 의한 사망률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성별의 경우 남성 고령자의 자살에 의한 사망률이 여성 고령자의 사망률보다 현저하게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2018년 자료를 살펴보았을 때, 특히 80대 이상 남성 고령자의 사망률을 138.5명인 반면, 80세 이상 여성 고령자의 사망률은 37.3명으로 큰 차이가 있다. 성인의 사회경제적 상태와 자살 생각 경험 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소득 수준이 낮으면서 여성, 노년층인 경우 자살 생각 경험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노년기 건강정책은 신체 건강 위주로 관리가 되고 있고 신체 건강과 비교해 진단 및 증상이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는 정신건강 측면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신건강 문제는 의료전문가들과 노인들 자신에게 덜 알려져 있고,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으로 인하여 주변의 도움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1) 노년기 정신건강 문제의 원인
(1) 고독과 소외
노년기에 경험하는 고독과 소외는 노년기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노년기에는 직업에서의 은퇴, 가족 내 역할 축소, 가까운 지인들의 죽음 등으로 오랫동안 수행해 오던 다양한 역할들을 상실함에 따라 고독과 소외를 경험하게 된다. 또한 고령화 심화와 함께 부모부양에 대한 인식 변화에 따라 독거노인이 증가하고 있다. 2018년 기준 독거노인은 140만 명에 이르며 2035년까지 3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거노인의 상당수는 심리적 불안감뿐 아니라 외로움을 경험하며, 자녀로부터의 지지나 이웃과의 유대가 낮은 경우가 많다.
(2) 우울증
노년기에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정신건강 요소 중 하나는 우울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환자 중 70세 이상 노인의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노인층에서의 우울증 증가가 높은 이유로 퇴직 등으로 인한 경제력 약화, 사별 등의 부정적 생활사건과 신체 기능의 저하 및 질병 발생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가족구조의 변화로 인한 노인 1인 가구의 증가와 가족 내 갈등, 노인의 사회적 지위 하락 등도 노년기 우울증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노년기 우울증은 성인 초/중기 우울증과 달리 진단을 위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첫째, 치매 증상과 유사하여 기억력 감퇴, 집중력 저하, 계산능력 저하 등 인지기능 저하를 호소한다. 둘째, 젊은 성인들은 우울증의 신체 증상인 수면장애, 입맛의 변화, 피로 등으로 우울증을 의심할 수 있으나, 노년기에는 이 같은 신체 증상을 정상적인 노화 과정 또는 신체질환으로 인한 변화로 생각하여 우울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노년기 우울은 인지기능 저하, 자살 생각 등의 부정적 결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년기 우울증을 단순한 노화현상으로 여겨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경우 높은 회복률을 보인다.
(3) 치매
치매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뇌 기능이 손상되면서 이전에 비해 기억력, 사고력, 일상생활 수행 능력 등이 감퇴하고 나아가 정서변화, 행동 문제, 인격 변화 등을 초래하는 질병으로 2018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5,000만 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은 2018년 10.2%로 추정되며, 노인 인구의 급속한 증가에 따라 치매 환자 수가 2018년에는 약 75만 명에서 2024년에는 약 100만 명, 2039년에는 약 200만 명으로 예상된다. 치매 유형별로 살펴보면 알츠하이머 치매가 전체의 74.9%로 가장 많고, 혈관성 치마 8.7%, 기타 치매 16.3% 순으로 나타난다. 치매 위험도는 연령이 높을수록, 학력 수준이 낮을수록, 그리고 남성 노인보다 여성 노인의 치매 위험이 2.58배가 높다. 또한 사별이나 이혼, 별고, 미혼 등의 이유로 배우자가 없는 경우가 배우자가 있는 경우보다 치매 위험이 2.9배 높았다. 한편 중강도 이상의 규칙적인 운동은 치매 위험을 감소시킨다. 치매는 환자 본인에게뿐만 아니라 가족에게 상당한 신체적, 정서적, 경제적 어려움을 가져오므로 치매 환자와 가족을 위한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
2) 노년기 정신건강 관련 요인
노년기 정신건강은 연령, 성별, 학력, 건강 상태, 경제 상태, 가족관계, 사회관계 등 다양한 요인들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일반적으로 연령이 높을수록, 여성 노인의 정신건강이 남성 노인의 정신건강보다 더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인의 학력 수준이나 가구소득과 같은 사회경제적 지위 역시 노인의 정신건강과 관련이 있는데, 교육 수준과 사회 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정신건강 상태가 더 양호하다. 건강과 관련하여 주관적으로 인식한 건강 수준이 나쁘거나,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신체 질병의 수가 많을수록 우울 수준이 높거나 자살을 고려해 본 경험이 있는 등 정신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형태와 관련해 살펴보면 배우자의 존재는 노년기 정신건강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다. 배우자가 있는 노인이 배우자가 없는 노인보다 우울감을 낮게 인식하고 심리적 복지감을 높게 인식한다. 그러나 성별에 따라 그 결과가 다소 다르게 나타나기도 하는데, 여성 노인은 결혼 상태와 우울 정도가 관련이 없었으나 남성 노인은 무배유자 집단이 유배우자 집단보다 우울 증상을 높게 보고한다. 배우자와 사별한 여성 노인보다 남성 노인들이 심리적 어려움을 더 많이 경험하는 것은 여성 배우자가 제공하던 심리적 지지나 자녀들과의 연락 유지 등의 많은 혜택을 사별과 함께 잃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노인 혼자 살거나 여러 세대가 함께 생활할 경우 노부부만 생활하는 경우보다 정신건강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에 따른 차이를 살펴보면 남성 노인은 자녀들과 함께 생활하는 경우보다 혼자 사는 경우 우울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았으나, 여성 노인은 혼자 거주하는 경우가 정신 건강에 더 유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배우자 없이 홀로 자녀들과 함께 거주하는 여성 노인들의 경우 우울을 경험할 확률이 높았으며, 이 경우 남성 노인과 여성 노인 모두 자살을 생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한국 사회가 확대가족의 형태에서 사생활과 독립성을 존중하는 서구화된 가족생활로 변화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배우자와의 관계는 노인의 심리적 복지감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데, 부부간에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배우자와 여가를 공유하는 경우 심리적 복지감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노년기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부부간의 친밀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결혼 생활 초기부터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도록 하고, 평등한 부부관계 형성 및 부부 공동의 여가를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노년기 사회관계와 정신건강 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사회활동 참여에 대한 인식이 높을 때 생활 만족도가 높았으며, 공식적/비공식적 사회관계가 많거나 사회활동 참여 시간이 길수록 우울 증상이 낮았다. 그러나 특정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응답하는 비중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고려할 때 노년기 사회관계망의 취약성을 알 수 있다. 노년기 정신건강은 활동적이고 건강한 노화를 촉진함으로써 향상될 수 있다. 따라서 노년층의 사회참여 기회 확대와 사회관계망 확충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노년기 정신건강은 성별, 건강 상태, 사회경제적 수준, 사회관계망 등과 같은 다양한 요인들과 관련이 있으므로 이러한 측면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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